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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피난기+부실행정 ‘황당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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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08 05:00:12   폰트크기 변경      



 경기 하남 H오피스텔 설치 제품

 내구성ㆍ안전성 등 기준 이하에도

 소방산업기술원 ‘합격 처리’ 논란

 기존 인증 취소 등 행정조치 없이

 ‘개선 제품’ 인증절차 진행하기도



 화재 등 위급상황 시 고층 탈출 장비인 ‘승강식 피난기’ 일부 제품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방재기관들의 부실 행정처리 탓에 국민 안전만 위태로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증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현행 법적기준에 못 미치는 부적합 제품을 인증해줬고, 감독기관인 소방청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기술기준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7일 방재업계에 따르면 소방청은 최근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가 제기한 ‘성능인증기준 부적합 의심 소방용품(승강식 피난기)’ 민원에 대해 회신하고,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는 경기 하남 소재 H오피스텔 등에 성능인증기준에 부적합한 승강식 피난기 제품이 시공됐다며 지난해 말 주무관청인 소방청에 민원을 냈다.

 협회 측은 해당 현장에 설치된 D사의 승강식 피난기에 대해 △승강판과 하강구 프레임의 높이차 및 유격 △하강한 승강판 원상 복귀(연속사용) 불가 △랙기어 방식의 내구성ㆍ안전성 △비상제어장치 미설치 △시험 설비(반복 시험용 회수측정기) 조작 등 5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소방청과 소방산업기술원은 문제가 된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한편, 동일제품과 경쟁업체 제품을 표본조사했다.

 조사 결과, 소방산업기술원의 검인증 담당자는 D사 제품을 성능인증하는 과정에서 △비상제어장치 미설치 △승강판과 하강구 프레임의 높이차와 유격 등이 기준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합격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담당자는 ‘랙기어 방식’을 쓰는 승강식 피난기(D사 제품)는 급격한 추락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비상제어장치를 빼고 검사하거나, 측정 위치를 잘못 적용하고 구성품을 누락한 채로 인증을 수행한 것이다. 소방청은 “이는 해당 직원의 명백한 과실”이라면서 “자체감사를 진행해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조사팀이 D사의 설치제품 100여개를 조사한 결과, 승강판과 하강구 프레임의 높이차 기준(0.5㎝)에 모든 제품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강판의 급격한 추락을 방지하는 장치(비상제어장치)도 전부 설치되지 않았다.

 다만, 소방청은 주요 민원 가운데 시험 설비 조작과 하강한 승강판의 연속사용 부적합, 랙기어 방식의 내구성ㆍ안전성 문제에 대해선 추가 증빙자료 제출과 기술기준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후 행정처리도 논란거리다.

 일단 소방청은 이번에 논란이 된 ‘승강식 피난기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이하 기술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권하나 소방청 소방산업과 소방장은 “현행 기술기준은 와이어방식 외의 다양한 방식의 승강식 피난기가 새로 진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제조업체 회의와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상반기 중 기술기준을 개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소방청의 기술개정 방향은 구동방식별로 기술기준에 차등을 두거나, 기존 기술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국내 승강식 피난기는 구동 방식에 따라 랙기어 구조(D사)와 와이어로프 구조(A사) 등 2종류다.

 또한, 소방산업기술원은 D사의 성능 개선 제품에 대해 재인증 절차를 진행했다. 그 결과, D사는 지난달 승강식피난기 KFI 성능인증서(승강20-1-2)를 발급받았다. D사는 소방청 권고에 따라 기존 설치 제품 258대를 새 인증 제품으로 전량 리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소방안전권익협회 관계자는 “부적합한 절차로 인증받은 제품은 기존 인증을 취소하고 다시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아무런 행정조치 없이 개선 제품에 인증절차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면서 “이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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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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