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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 동방 노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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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21회 작성일20-06-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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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5 21:56]


‘화재 차단 문’으로 건설현장 점령

1997년 오수호(55) 동방강건 사장은 독일 노보펌사(社)로부터 합작을 제의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유럽 최대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자회사 노보펌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점유율이 높은 방화문 제조 업체로 1996년부터 아시아 진출을 위해 합작사를 물색 중이었다.

노보펌은 우리나라의 주요 방화문 제조사 7곳을 후보로 올렸다. 방화문을 공급받는 건설사에서까지 업체에 대한 평을 수집하던 노보펌은 동방강건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그러나 오 사장과 그의 선친이자 창업자인 고(故) 오정섭 회장은 합작에 회의적이었다. 가업으로 시작한 사업인데다 합작에 대한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노보펌의 본격적인 구애가 시작됐다. 담당자들이 한두 달이 멀다하고 한국을 방문했다. 결국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구상하던 오 사장이 제의를 수용하면서 2000년 11월 합작이 성사됐다. 사명도 2003년 동방 노보펌으로 바꿨다. 오 사장은 “노보펌 관계자들이 건설사를 찾아 동방강건이 어떤 회사냐고 물었을 때 첫 대답으로 ‘깨끗한 회사’라고 들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처럼 세계적 기업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선친인 오 회장이 이뤄놓은 기술적 성취가 바탕이 됐다. 1957년 국내 첫 강재 창호회사 동방강건을 설립한 오 회장은 초기부터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미국 UL(미국 최대 안전 규격 인증 기관) 인증을 비롯한 해외 인증을 취득했다. 출입문에 방화문으로서의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을 때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수출을 시작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방 노보펌은 국회의사당, 인천국제공항, 63빌딩, 아셈 컨벤션센터, 스타타워, 그랜드하얏트호텔, 타워팰리스 등을 포함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아파트에 제품을 공급했다.

위기도 있었다. 노사 분규가 한창이던 90년대 초 회사가 어려워지자 오 회장은 92년 둘째아들인 오 사장에게 회사 정리를 부탁했다.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오 사장은 사업에 별 뜻이 없었지만 선친의 인생이 묻혀 있는 곳을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름에 응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 일을 맡고 나서 오 사장의 생각이 달라졌다.

“당시 분위기가 강성 노조 쪽으로 흐르긴 했지만 사원 개개인의 심성은 회사를 위하고 있었어요. 그에 힘을 얻어 사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내가 당신들을 속이는 게 없고 앞으로 누구나 공감하는 원칙들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오 사장이 사원들을 설득하는 동안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노조는 3년 만에 자진 해산했다. 이후 노사 분규가 발목을 잡은 적은 없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60% 이상 올라 회사 사정이 나빠졌을 때는 팀장들이 자신의 급여를 반납하는 대신 사원의 월급을 깎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오 사장이 회사를 맡았을 때 18억원대로 떨어졌던 매출은 지난해 267억원대로 올랐다.

올해로 52년째를 맞는 동방 노보펌은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재 10% 수준인 수출 비중을 30%로 확대하고, 매출을 5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 사장은 “선친께서 정직과 함께 강조한 것이 나눔이었습니다. 자기 가족 먹여 살리는 것은 짐승들도 다 하는 일인데 그 이상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죠. 제가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사원들에게 많은 것을 돌려주는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화성=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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